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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묵상

마가복음 12:13-17 하나님의 것과 가이사의 것

by Logos 2025.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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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것과 가이사의 것: 고난 가운데 드러난 구속사의 통치

마가복음 12장 13절부터 17절은 예수님의 공생애 마지막 주간인 고난주간에 일어난 중요한 논쟁 장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본문은 단순히 세금 납부에 관한 윤리적 논쟁을 넘어서, 하나님의 주권과 그리스도의 권세,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와 세상 나라 사이에서 살아가는 성도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구속사적으로 제시하는 장면입니다.

당시 유대 사회는 로마의 통치를 받으며 큰 정치적 갈등과 종교적 긴장을 안고 있었고, 이 질문은 예수님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교묘한 계략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함정을 통과하시며, 하나님의 나라가 어떻게 이 땅 가운데 임하는지, 또한 구속의 역사가 어떻게 인간의 질서와 충돌하며도 그 속을 꿰뚫어 역사하시는지를 드러내십니다. 이 짧은 대화 속에 담긴 신학적, 역사적, 영적 깊이는 예수님의 십자가 사역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통찰을 제공합니다.

13절: "그들이 예수의 말씀을 책잡으려 하여 바리새인과 헤롯 당원 중에서 사람을 보내매"

이 구절은 본문의 배경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정보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그들'은 앞서 예수님의 포도원 비유를 듣고 그 비유가 자신들을 가리킴을 알아챈 종교 지도자들입니다(막 12:12). 그들은 예수님을 공개적으로 책잡아 사람들 앞에서 체면을 손상시키고, 나아가 정치적 이유로 로마 당국에 고발하여 제거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바리새인들과 헤롯 당원이라는 극과 극의 정치·종교 세력을 함께 보내는 매우 이례적이고도 전략적인 행동을 취합니다. 바리새인들은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로마의 통치를 혐오했으며, 헤롯 당원은 로마의 권력과 결탁한 친로마 세력이었습니다. 이 둘이 함께 예수님께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어떤 대답을 하든 누군가는 문제 삼을 수 있도록 함정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칼빈은 이 장면을 해석하며, 세상 권세는 진리를 공격하기 위해 어떤 모순된 연합도 서슴지 않는다고 경고합니다. 교회는 언제나 이런 이중적 압박, 즉 종교적 위선과 정치적 권력 사이에서 진리의 길을 분별하고 따라야 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 긴장 한가운데서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십니다.

14절: "와서 이르되 선생님이여 우리가 아노니 당신은 참되시고 아무도 꺼리는 일이 없으시니 이는 사람을 외모로 보지 않고 오직 진리로서 하나님의 도를 가르치심이니이다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으니이까 옳지 아니하니이까 우리가 바치리이까 말리이까 하니"

이 구절은 외적으로는 공손하고 경건한 언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교묘하게 예수님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전략적 질문입니다. 질문자들은 예수님의 진실성과 하나님의 도를 가르친다는 점을 언급하며 칭찬하는 듯하지만, 이는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으냐'는 정치적 질문으로 예수님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적 장치입니다.

당시 로마에 대한 세금은 유대 민족주의자들 사이에서 큰 반감을 사고 있었으며, 이에 찬성하면 유대 민중의 분노를 살 수 있고, 반대하면 로마에 대한 반역 혐의로 고발당할 수 있었습니다. 이 질문은 이분법적인 함정으로 예수님을 몰아넣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 질문을 통해 오히려 하나님의 나라가 이 세상의 정치와 권력 구조를 어떻게 초월하는지를 보여주십니다.

교부 오리게네스는 이 질문을 통해, 예수님은 단순한 정치적 판단이 아닌, 하늘과 땅의 질서를 동시에 분별하시는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드러내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외면적인 함정 안에서 내면의 진리를 선포하셨습니다.

15-16절 상반절: "예수께서 그 외식함을 아시고 이르시되 어찌하여 나를 시험하느냐 데나리온 하나를 가져다가 내게 보이라 하시니 가져왔거늘"

예수님은 질문자들의 의도를 꿰뚫어 보시고 그들이 외식하는 자들임을 드러내십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뜻을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거짓 경건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가면을 벗기시고, 이제 진정한 권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십니다.

데나리온은 로마의 일반적인 화폐로, 가이사의 형상과 그의 칭호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 화폐를 예수님께 가지고 온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그들이 로마의 체제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단순히 물질적 사안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무엇을 '소유'하며 동시에 '속해 있는지'를 드러내는 신학적 반전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16절 하반절: "이에 이르시되 이 형상과 이 글이 누구의 것이냐 이르되 가이사의 것이니이다"

예수님은 데나리온을 보여주며 묻습니다. "이 형상과 글이 누구의 것이냐?" 형상과 글, 즉 초상화와 명문은 소유와 권위를 나타냅니다. 당시 로마 황제의 화폐에는 그의 신적 권위와 통치권을 상징하는 문구가 함께 새겨져 있었습니다. 질문자들은 "가이사의 것입니다"라고 대답함으로써, 그 화폐가 로마의 권위 아래 있음을 인정합니다.

이 짧은 질문과 대답을 통해 예수님은 그들이 실제로는 로마의 통치 질서를 사용하고 있음을 드러내시고, 이제 이 질문의 본질을 구속사적 관점으로 전환시킬 준비를 하십니다. 예수님은 단지 세금 납부의 윤리적 정당성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형상과 하나님의 형상, 즉 소속과 주권에 대한 질문을 제시하려는 것입니다.

17절: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 하시니 그들이 예수께 대하여 매우 놀라니라"

이 절정의 선언은 구속사적 통찰의 핵심을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단지 양비론적인 해답을 제시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세상 권력의 경계를 분명히 설정하시며, 하나님의 나라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 안에 존재하는지를 명확히 드러내십니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는 말은, 세상의 질서와 책임을 무시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라는 말은, 인간 존재 전체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으며, 우리의 생명과 삶 전체가 하나님께 속해 있다는 절대적 선언입니다.

개혁주의 전통에서는 이 구절을 통해 이중왕국론(두 영역의 하나님 통치)을 설명해 왔습니다. 세상의 질서(시민적 왕국)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한시적 통치이며, 교회와 성도의 삶(영적 왕국)은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 있습니다. 칼빈은 이 말씀을 통해, 성도는 세상의 법을 지키되, 마음과 영혼과 정체성은 오직 하나님께만 바쳐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고난주간에 선포하신 말씀입니다. 그는 곧 세상 권력에 의해 십자가에 넘겨지실 것이지만, 그분은 오히려 그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온전히 드러내실 것입니다. 십자가는 로마의 처형 도구였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주권이 세상 권세를 넘어 승리하신 구속의 표징이 되었습니다.

전체 결론

마가복음 12:13-17은 세속 권세와 하나님의 주권 사이의 갈등 속에서, 예수님께서 구속사적 통치의 질서를 선포하신 장면입니다. 그는 단지 세금 문제를 넘어, 인간의 정체성과 주권의 본질을 가르치셨으며, 십자가를 향해 나아가시면서도 그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드러내셨습니다. 성도는 세상의 법과 질서를 존중하되, 마음과 영혼은 오직 하나님께 드려야 하며, 그 삶 전체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그분께 속한 존재임을 믿음으로 고백하며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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