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비로우시고 은혜로우신 하나님 아버지.
늦가을의 빛이 저물어 가고, 겨울의 기척이 서늘하게 스며드는 11월의 마지막 주일 아침에
저희를 주님의 집으로 불러 주시고 예배의 자리로 세워 주시니 감사합니다.
한 해의 달력에서 11월의 마지막 장을 마주하며,
우리는 시간이 직선처럼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 안에서 둥글게 순환하며 우리를 빚어 가는 신비임을 고백하게 됩니다.
떨어진 나뭇잎이 흙으로 돌아가 봄을 준비하듯,
저희의 지나간 날들도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니라
주님의 기억 속에, 주님의 섭리 속에 새겨져 있음을 믿습니다.
아버지 하나님,
우리는 종종 시간을 우리 것인 양 여기며
쥐고 흔들 수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허겁지겁 달려온 발걸음을 잠시 멈추어 돌아보니
시간은 한 번도 우리 것이었던 적이 없었고,
언제나 주께서 선물처럼 허락하신 것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오늘 이 마지막 주일 예배가
우리가 시간을 소유한 자가 아니라
시간을 맡긴 청지기임을 깨닫는 거룩한 각성의 시간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주님,
11월의 끝자락에서 지난 날들을 돌아보면
감사할 제목도 많지만,
회개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들도 적지 않음을 고백합니다.
열심이라 부르던 것들 속에 숨겨진 조급함과
책임이라 부르던 것들 속에 섞여 있던 자기 과시를
주님 앞에 내려놓습니다.
성공을 향한 발걸음은 재촉하면서도
하나님의 음성 앞에서는 귀를 더디 기울였던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바쁘다”는 한마디 말로
기도의 침묵을 정당화하고,
말씀을 펼치지 못한 날들을 합리화했던
우리의 무감각한 영혼을 깨워 주옵소서.
주님,
철학자들은 인간을 “죽음에 이르는 존재”라 말하지만
우리는 신앙 안에서 “영원으로 걸어가는 나그네”임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실제의 삶에서는
영원을 바라보며 오늘을 사는 대신,
오늘의 이익을 붙들고 영원을 잊어버릴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한 번뿐인 오늘이 곧 주님께 드려질 영원의 재료임을
깊이 자각하며 살지 못한 시간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낙엽이 지고 가지가 앙상해지듯
우리의 삶에서도 의미 없어 보이는 상실과 비워짐의 계절을 지나왔습니다.
그러나 빈 가지가 봄을 준비하듯,
우리의 상실도 헛된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은혜를 받아들일 공간이었음을
믿음으로 고백할 수 있게 하여 주옵소서.
사라진 것들만 붙들고 탄식하지 않게 하시고,
그 자리에 심겨질 새 은혜를 바라보는 눈을 열어 주옵소서.
지나온 열한 달 동안
우리를 지켜 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합니다.
눈에 보이는 큰 기적만이 아니라,
당연하게 지나쳐 버린 작은 일상 속 숨은 은혜들을
다시 떠올리게 하여 주옵소서.
숨을 쉬고, 밥을 먹고, 길을 걷고,
웃을 수 있었던 모든 시간이
사실은 주님의 손길 안에 있었음을
송년을 앞둔 이 계절에 더 분명히 깨닫게 하여 주옵소서.
주님,
우리 교회를 붙들어 주옵소서.
사람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중심이 되는 교회,
분주한 활동보다
하나님의 뜻을 묻는 침묵이 존중받는 교회,
겉모습의 화려함보다
깊은 회개와 조용한 헌신이 귀히 여김 받는 교회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목회자와 장로와 모든 직분자들에게
사람 앞에서 잘 보이려는 마음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떨며 서는 경외를 허락해 주시고,
자기 확신의 언어보다
성령의 인도하심에 귀 기울이는 겸손을 가르쳐 주옵소서.
이 땅의 가정들을 위하여 기도드립니다.
11월의 마지막 주일을 지나며
한 집 안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한 채
조용히 지친 숨을 내쉬고 있는 이들을 기억해 주옵소서.
부모의 숙소, 자녀의 고민,
부부 사이에 굳어져 버린 오해와 서운함 위에
주님의 빛을 비추어 주시고,
이 겨울이 지나기 전에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이
다시 오가는 기적 같은 일상이 회복되게 하여 주옵소서.
주님,
내년을 향한 우리의 마음에는
알 수 없는 불안과 조용한 기대가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미리 염려함으로 내일을 앞당겨 소모하지 않게 하시고,
오늘 우리가 믿음으로 서 있을 자리를
더 단단히 붙들게 하여 주옵소서.
내년의 계획을 세울 때
성공의 그림만 그리지 않게 하시고,
견뎌야 할 십자가와 감당해야 할 순종의 길도
함께 바라보는 성숙한 눈을 갖게 하여 주옵소서.
철학은 인생의 의미를 묻고,
세상은 성공의 공식을 묻지만,
우리는 이 예배 자리에서
“주님, 무엇이 주께 기쁨이 되는 삶입니까?”를 묻게 하여 주옵소서.
주님의 기쁨이 우리의 기준이 되고,
주님의 미소가 우리의 보상이 되게 하시며,
주님의 영광이 우리의 목표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이제 말씀을 전하실 목사님께
성령의 기름을 부어 주셔서,
11월의 마지막 주일에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으신
하나님의 마음이 또렷하게 선포되게 하여 주옵소서.
듣는 우리의 귀와 마음이
산만한 생각과 염려에서 잠시 물러나
오직 하나님의 음성에 집중하는
거룩한 시간 되게 하여 주옵소서.
오늘 주시는 한 구절의 말씀, 한 문장의 진리가
남은 해와 다가올 새해를 관통하는
우리 삶의 기준과 방향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늦가을의 저녁 같기도 하고,
겨울의 새벽 같기도 한 이 계절에,
우리를 시간과 죽음을 넘어서는 영원으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응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지나간 날들은 주의 손에 맡기고,
오늘은 주의 은혜 안에 숨기며,
내일은 주의 신실하심에 기대는
지혜로운 성도 되게 하여 주옵소서.
시간의 주인이시며
우리 인생의 시작과 끝이 되시는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감사하며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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